직장인 연극단의 아름다운 열정…대구 ‘여우와 별’ 소리연극단

  • 진정림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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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9   |  발행일 2017-03-29 제13면   |  수정 2017-03-29
백혈병 소아암센터 대구지회서 매달 ‘해님 달님’ 공연 이어와
직장인 연극단의 아름다운 열정…대구 ‘여우와 별’ 소리연극단
지난해 12월3일 백혈병 소아암센터 대구지회 ‘희망다미’에서 ‘여우와 별’ 소리연극단 단원들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여우와 별 제공>

지난 22일 오후 6시 대구시 달서구 성서도서관. 이곳에서 만난 ‘여우와 별’ 소리연극단 단원들은 직장생활의 고단함도 잊은 채 오는 4월 예정된 공연 ‘토끼의 재판’을 위한 막바지 연습이 한창이었다.

소리연극단이 여느 연극단과 다른 점이 있다면 특별한 분장을 최소화하고 소리 위주로만 연극을 한다는 점이다. 단원들이 처음 만난 곳은 낭독동아리. 낭독이 주는 매력에 푹 빠져있던 이들은 낭독을 좀 더 발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소리극 모임을 하기로 의기투합했다.

극단 이름인 ‘여우와 별’은 코랄리 빅포드 스미스의 동명 동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작고 겁 많은 여우가 자신의 유일한 친구인 별을 찾아 떠나는 모습이 자신들과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단원들은 매달 동화책 한 권을 선정해 대본으로 각색하고 배역을 정한다. 단 한번의 공연을 위해 서로 배역을 바꿔가면서 인물분석을 하고 감정이입을 극대화하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캐릭터로 완성도를 높여나간다. 매주 한번 열리는 모임만으로는 부족해 집에서 숙제(?)를 하는 단원도 있다고 했다.

김은자 단장(46)은 “여러 역할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 좋다”며 “팀원들과 어색한 부분에서도 함께 웃고 느낌을 공유할 수 있는 데다 봉사까지 하니 더욱 기쁜 마음으로 연극을 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단원 이향숙씨(47)는 “서로 칭찬해주며 공연 연습을 하다보니 자신감도 생긴다. 팀원들의 열정을 통해 많은 에너지를 얻는다”고 자랑했다.

이들의 순수함과 열정은 빛을 발했다. 모임 결성 이후 한 달만인 지난해 11월부터 단원들은 연습량을 더욱 늘려야 했다. 백혈병 소아암센터 대구지회 ‘희망 다미’에서 ‘해님 달님’ 공연을 하게 됐고, 매달 첫째주 토요일 오전 11시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입소문을 탄 덕에 이달 초부터는 성서요양원에서도 ‘혹부리영감’ 공연을 하게 됐다.

주길영씨(54)는 “처음에는 목소리 교정과 발성연습을 목적으로 시작했는데 봉사로 이어져 보람을 느낀다”며 “공연을 기다리는 이들과의 약속시간은 다른 어떤 시간보다 값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팀에 가장 늦게 합류했다는 한지연씨는 “돈 주고도 못배우는 소중한 경험을 딸과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한씨의 딸 노가은양(대구 왕선초등 3년)은 “엄마와 같이 공연해서 너무 좋아요”라며 대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진정림 시민기자 truefore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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