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에 미 이지스함 기항…다음은 항공모함?

  • 입력 2017-03-28 07:50  |  수정 2017-03-28 07:50  |  발행일 2017-03-28 제1면
미 이지스구축함 '스테뎀' 1박2일 기항 뒤 일본 기지로 출발

  제주 해군기지에 25일 외국 함정으로는 처음으로 입항했던 미 해군 이지스구축함 스테뎀함(USS Stethem)이 26일 오후 기지를 떠나미 해군 7함대 모항인 일본 요코스카 기지로 향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줄곧 반대해 온 강정마을회 등 평화운동 진영은 스테뎀함의 제주 해군기지 첫 기항이 미 해군의 차세대 이지스구축함인 '줌월트(DDG-1000)'나 항공모함의 기항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의 우려는 미 해군 제7함대에서 동북아 훈련 및 정책을 담당했던 데이비드 J. 서치타 중령이 2013년 미 육군대학에 제출한 '제주 해군기지: 동북아의 전략적 함의'(Jeju Naval Base: Strategic Implications for Northeast Asia)라는 보고서가다룬 내용에 기인한다.


 이 보고서엔 이번 스테뎀함 입항을 마치 '예언'이라도 한 것처럼 미 해군 함정의 첫 제주 입항 상황이 상세히 기술돼 있다.
 서치타 중령은 보고서에서 "제주 해군기지가 완공되면 한국 측의 초청 형태로 미 해군 함정을 보내야 한다. 알레이버크 급 구축함이 첫 기항에 적합하다. (중략) 알레이버크 급 구축함은 한국과 동맹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히 크고, 중국이 미국의 개입 증대로 인식하기엔 그 규모가 작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어 그는 "첫 방문은 3일 이내로 짧아야 한다. 긴 기항은 지역 주민과 중국으로 하여금 항구적 함정 배치로 오인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중략) 미국 수병들은 최상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함상에 나와 유니폼을 입고 손을 흔들며 입항해야 한다. 기항하는 함정은 다른 인근 기항지를 들렀다가 오는 형태여야 한다. 기항 전 오랫동안 바다에 머물렀다면 '승조원 휴식'을 강조할 수 있다. 한국 해군 도움으로 승조원들은 특히 이웃한 강정마을 등에서 가능한 한 많은 '컴렐(COMMREL-community relations)' 활동에 나서야 한다"는 등의 구체적 의견을 피력했다.


 실제로 스테뎀함 승조원들은 최소 인원을 제외하고 모두 정복 차림으로 함정 갑판에 나와 손을 흔들며 입항했고, 우리 해군도 100여명의 장병들과 군악대가 나와 이들을 환영했다.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마스코트인 '바다벌'(Sea Bee)도 전면에 등장했고, 더글라스 펙허 스테뎀함 함장은 우리 해군이 섭외한 여자 어린이로부터 꽃목걸이를 선물 받았다.


 스테뎀함 승조원들은 정혜재활원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중문관광단지에서는 문화활동을 벌인데 이어 우리 해군 장병들과 친선 축구경기 등을 하는 등 대민 활동을 중심으로 예정된 프로그램을 빠짐없이 소화했다.
 서치타 중령은 또 보고서에서 "첫 기항 뒤로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수준에서 중소형 함정들이 인천에 미해군 함정들이 기항하는 빈도 만큼 제주 해군기지에 기항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다.
 

이어 "제주도에 항공모함을 기항시키는 것은 미룰 필요가 있다. 이유를 불문하고 중국은 항공모함의 '황해' 입해를 미국의 도발로 간주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항공모함의 제주 파견을 미래 대중 관계에 있어 새로운 전략적 지렛대로 삼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제주 기항은 부산항이나 사세보항 기항에 비해서는 훨씬 공격적이지만 '황해'의 중심부로 항해하는 것보다는 훨씬 덜 도발적이기 때문이다. 항공모함은 제주 해군기지로부터 추가적 리스크를 줄이며 북쪽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미국은 적당한 기회가 나타날 때까지 항공모함의 제주 기항을 아껴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치타 중령은 보고서에서 제주 바다를 둘러싼 미국과 한중일 3국의 전략적 이해관계, 한국 해군의 제주 해군기지를 통한 '대양해군'으로서의 역할 확대, 완공된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법 등을 실무자가 아니면 다룰 수 없는 수준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
 그는 제주 해군기지가 완공되기 수년 전인 2013년 3월에 발표한 이 논문에서 제주 해군기지에 제7기동전단이 KDX-Ⅲ 구축함 등 20대의 전함과 함께 배치되고, 여기에 더해 한국 공군이 해군의 대양 작전 지원을 위해 탐색구조부대 기지를 신설할 것이라는 내용까지 다루고 있다.
 

그는 "미국의 방위에 대한 짐을 최대한 한국과 분담하도록 한국 당국을 북돋우고, 중국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위협으로 인식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며 제주 해군기지에 관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마무리 했다.
 죠쉬와 켈시 주한 미해군 사령부 공보실장은 서치타 중령의 보고서의 미 해군 함정 제주 기항 내용과 관련한 연합뉴스의 질문에 "보고서는 서치타 중령이 개인적 차원으로 학술적 용도로 작성한 논문으로, 그 내용과 최근의 기항이 관련이 있다면 그것은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서치타 중령이 현재 주한미군 해군작전사령부 소속으로 부산에서 근무하고 있으나, 스테뎀함의 이번 제주 해군기지 기항에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았다"며 "이번 기항은 7함대와 태평양함대를 비롯한 미 해군의 최고위급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호 해군작전사령부 정훈공보실장은 25일 기항 현장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마친 미 해군 함정이 승조원 휴식과 군수 적재를 위해 일시적으로 기항했다"며 "해군은 민군복합항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미 해군 함정을 포함해 외국 함정들이 언제든 일시적으로 기항할 수 있다고 밝혀 왔다"고 말했다.
 

그는 서치타 중령의 보고서 내용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개인적 의견을 담은 논문에 대해 우리 해군이 평가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른 해군 공보담당관은 스테뎀함 입항과 관련해 "스테뎀함 측이 2월에 입항 계획을 타진해 왔고, 정확한 입항 일자는 최근 정해졌다"며 "우리 해군이 공식적으로 스태뎀함을 초청하진 않았다"고 밝힌 반면 스테뎀함의 더글라스 펙허 함장은 현장 인터뷰에서 "나와 스테뎀함의 승조원들을 제주해군기지로 초청해준 데 대해 영광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알레이버크 급 이지스구축함인 스테뎀함은 길이 153.8m, 너비 20.4m, 만재톤수 8천400t 규모로 최대 속력은 32노트, 승조원은 340여명으로 17일부터 21일까지 동해상에서 한·미 연합 해상전투단 훈련을 수행하고 제주 해군기지를 찾았다.
 1993년 취역한 스테뎀함은 미사일방어(MD)의 주요 구성요소가 되는 이지스 전투체계를 갖추고 있어 우리 해군의 최신예 이지스 구축함과 비교해도 크게 성능 차이가 없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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