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하면 바람에도 통증…여성은 찬 것 조심하는 게 상책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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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8 07:51  |  수정 2017-03-28 07:51  |  발행일 2017-03-28 제21면
[최재영 원장의 한의학 레터] 수한증
수족냉증·냉대하·한복통·산후풍 나타나
출산 후 출혈로 찬기운 많은 ‘한사직중’
손·발 시림 증상 심해져 관절까지 아파
중증일 경우 4∼5년간 장기치료 하기도
심하면 바람에도 통증…여성은 찬 것 조심하는 게 상책

예전에 여자들이 추위를 호소할 때 내숭이 아닐까 의심한 적이 있다. 왜냐하면 나는 춥지 않으니까. 사실 한의학적으로 볼 때 추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여자들이 주로 느끼는 고통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민감함이 심해져 많은 여성이 호소하게 되는 대표적인 병명이 수족냉증(手足冷症)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고통을 호소하는 병명이 산후풍(産後風)이다.

산후풍이란 출산 이후 손과 발의 시림이 심하여 관절까지 아픈 증상인데, 당사자의 고통은 심한 반면 현대의학에서는 어떤 특별한 치료법이 없는 상태로 산후풍이란 병명도 정식 병명이 아니라 예전부터 산후의 여러 증상을 합쳐서 통념적으로 불러온 이름이다.

몇 년 전에 ‘생로병사의 비밀’이란 TV프로에서 산후풍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룬 것을 본 적이 있다. 산후풍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여러 여성들을 산부인과, 내분비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등 여러 파트의 검사를 받게 하여 그 이유를 진단하는 내용이었다. 지금까지 원인 불명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병의 원인이 구체적으로 나올 수가 있었다. 다만 그 여성들의 병인이 각각 달랐다. 호소하는 증상은 똑같으나 갑상선기능저하, 말초신경장애, 면역체계이상 등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결론은 산후에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이런 불편함이 오는 것이니 세밀하게 자신만의 병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를 하나 제기하고 싶은 것은 이렇게 여러 가지 원인이 각각 다르게 나왔다면 이 원인들은 사실 병인이 아니라 결과이며, 그 모든 것을 유발하는 하나의 근본적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봐야 된다는 것이다.

여성은 항상 잉태할 수 있는 준비를 위해 몸 전체의 혈류를 인체하부의 자궁으로 끌어당기며 이를 한 달에 한 번 밖으로 배출한다. 그러다보니 혈류가 모이는 것에 따라 열이 발생하여 배란기에 따라 체온이 변화한다. 그에 따라 여성의 몸은 외부의 한기(寒氣), 즉 차가운 기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몸의 상태에 따라 한기가 몸에 각인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여성을 수한자(受寒者)라 하며 그렇게 발현된 증상을 수한증(受寒症)이라 한다. 이 수한증으로 수족냉증, 냉대하, 한복통, 생리통, 불임, 산후풍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물론 위의 증상은 다른 이유로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감별이 필요하다.

출산 직후 피를 많이 흘린 상태에서 여성의 생리 특성상 차가운 기운이 몸 안에까지 각인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한의학에서는 한사직중(寒邪直中)이라 표현하며, 심하면 바람에도 민감하게 통증을 느끼게 된다.

물론 출산 이후 찬물에 샤워를 해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그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출산 이후 찬 것을 조심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냉기와 관계된 여성의 고통은 한국을 포함한 동양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서양 여성에게도 해당된다.

미국에서 한의원을 하는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서양 여성의 경우 ‘원래 여자는 이렇게 아픈 것이 아닌가’ 당연하게 여기고 넘어가는 것이 대부분이고 ‘이 증상이 좋아질 수도 있는 것이었나요’ 하며 놀라는 여성도 많았다고 한다.

수한증은 대표적으로 출산 이후에 두드러지는 것이지 사실 가임기의 여성에겐 나이에 관계없이 다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여중생이나 여고생, 그리고 아가씨 중에도 바람을 쐬는 것이 힘들어 한여름에도 긴팔, 긴바지를 입는 경우도 있고,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 바람 옆에도 가기 힘든 이들도 적지 않은 편이다.

인간의 생리, 병리를 이해하려면 인체 안으로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이 인체가 어떤 환경에서 존재하고 있는 것인가가 중요하다.

평상시 너무나 당연하게 이 환경 속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 공간 안에서 살아가는 생명의 모습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적 요소, 대표적으로 공기 중의 한 성분만 없어진다고 해도 바로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된다. 인간이 살 수 있게 이 공간은 조화가 이루어져 있는 것이며, 우리 역시 이 조화 속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주위의 공기를 흡수하며 활활 타오르는 촛불처럼 한의학에서는 인간의 생명 역시 자기를 둘러싼 공간 안에서 연단되는 것으로 본다. 그 연단을 견딜 수 있는 조화가 깨어질 때 우리 몸은 대표적으로 여자의 경우 한사(寒邪·차가운 기운)에 다치기도 하는 것이다.

수한증은 발병하면 치료하는 방법이 어렵다기보다 치료에 많은 시간이 요구된다. 한사직중처럼 심한 중증일 때는 4~5년 동안 천천히 치료 경과를 지켜봐야 되기도 한다. 예방법은 사실 간단하다. ‘여자는 찬 것을 조심해야 된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그 답이 될 수 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최재영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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