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은 토양·기후·지리 최적의 생산 조건…안동포를 살려라”

  • 이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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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8 07:38  |  수정 2017-03-28 07:39  |  발행일 2017-03-28 제13면
‘안동포’ 대중·명품화 대책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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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삼기에 참여한 아낙네들이 째 놓은 삼을 삼뚝가지에 걸어놓고 한 올씩 빼내 무릎 위에 놓고 손으로 비벼서 삼을 연결하고 있다. <안동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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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시 임하면 금소리 주민들이 6∼7월 안동포 원료인 대마를 수확하고 있다. <안동시 제공>

안동시 임하면 금소리와 서후면 저전리에서 주로 생산되는 안동포는 경북도 무형문화재 제1호다. 또한 역사성, 지리적 특징, 제조·가공·관리상의 우수성 등이 입증되어 2011년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등록 제44-0000166호로 지정된 지역특산품이다. 항균성이 뛰어난 데다 질기면서 가볍고 투명해 통기성이 우수한 친환경 전통직물로서 활용성이 기대됐다. 하지만 중국산의 저가 공세에 밀려 원료인 대마 재배가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일부 지역에서만 대마를 재배하면서 안동포도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고조선 때부터 만들어 입은 우리 옷감

삼베는 인류가 오랫동안 폭넓게 사용한 섬유이자 우리민족의 가장 친숙한 옷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조선시대 낙동강 유역 일부 농가에서 야생 대마를 재배해 삼베의 일종인 안동포라는 옷감을 만들기 시작했다. 삼베는 신라 화랑이 즐겨 입었으며 옛 무덤에서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지닌 마포 유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안동에서는 신라 3대 유리왕 때부터 부녀자들이 삼 삼기 대회를 열었다고 한다. 7월 중순부터 매일 6부(신라의 정치체제에 영향력을 행사한 6개의 단위 정치체) 마당에 모여 길쌈을 시작하고 8월 보름부터 한 달 동안 심사를 거쳐 승패를 가렸다. 진 편은 이긴 편에게 술과 음식을 대접했다. 이때 진 편의 여성은 춤을 추며 ‘회소(會蘇), 회소’ 하고 탄식하는데, 음조(音調)가 슬프고 아름다워 후세 사람들이 그 소리에 맞추어 노래를 지어 불렀다. 바로 ‘회소곡’이다. 또 선덕여왕(632∼646년) 때는 6부 아낙네들이 가배절(8월 보름)에 베짜기 경연을 펼쳤는데 안동포가 최우수상으로 뽑혔다. 최우수상품은 궁중 진상품으로 올랐다고 전해진다.


통기성 우수한 친환경 전통직물
조선시대엔 지방 특산물로 인정
세금 대신 내는 중요 물품 대접
항균 항독작용으로 수의로 인기

뛰어난 기능·실용성에도 불구
다양한 상품 개발 안돼 사양길
금소·저전리 등 대마 재배 급락



조선 초기엔 연한 황색에 가늘고 고운 짜임새로 무명 등 타직물을 능가할 정도의 고급품으로 인정받았고, 여름철 평상시 남녀 의복으로서뿐만 아니라 상복으로도 사용됐다. 조선 중엽부터 모시에 비등한 하절기 옷감으로 간주됐으며, 지방 특산물로 인정받아 세금 대신 내는 중요 물품으로 인정받았다. 이후 궁중 진상품으로 지정되고 대(對)중국 교역상품으로 뽑혔다. 일제강점기에는 안동마포조합까지 설립돼 안동지역 특산물로 명성을 떨쳤다는 기록이 있다.

천년이란 세월이 흘러도 변질되지 않고 좀이 슬지 않는다는 안동포는 자연 상태로 만들어낸 무공해 천연직물이기 때문에 가장 자연에 가까운 옷감이다. 삼베는 수분 흡수가 빠르고 증발력이 좋은 데다 공기가 잘 유통된다. 항균·항독작용을 하기 때문에 수의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안동 여인들이 정숙하고 엄격한 자기만의 공간에서 정성껏 만든 정교한 수의제품이었기 때문에 ‘이승’에서 실컷 못 입어 ‘저승’까지 입고 가는 것이 안동포라는 얘기도 생겼다.

안동포는 물에 대한 강도가 커서 세탁 때 손상이 적다. 땀이 빨리 흡수되고 빨리 건조되며 마찰에 대한 내구성이 커 질기고 수명이 길다. 빛깔이 곱고 윤기가 있어 외관상 우아한 자태를 보인다. 열전도성이 커서 시원한 느낌이 좋다. 지금은 화학섬유가 널리 사용되면서 생활에서 다소 멀어졌지만 아직도 안동시 임하면 금소·고곡리, 경남 남해, 강원 강릉, 전남 보성 등지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뛰어난 토질·기후…최적의 대마 재배지

안동포의 원료인 대마는 기후에 대한 적응력이 강하지만 생육기간에는 기온과 습도가 높아야 한다. 줄기의 성숙을 촉진시키고 섬유를 충실하게 하며 강인성을 증대시키기 때문이다. 대마 재배의 중심지인 안동 임하면은 면 중앙부를 반변천의 지류인 길안천이 합류·곡류하면서 동서로 관류하고 있다. 하천유역에는 배수가 양호한 사질양토의 충적평야가 발달해 있다. 또 충적평야의 남북으로 산지가 버티고 있어 강한 계절풍을 막아주고 있다. 토양·기후·지리적으로 최적의 대마 재배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조건 덕에 1927년 ‘조선여속고’에는 ‘안동포가 품질이 가장 우수하다’고 기록하고 있다.

근현대 들어 안동포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1910년 ‘조선산업지’에 소개되기 이전부터다. 임원경제지가 편찬되던 19세기 전반기만 해도 안동포는 그 가치가 부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1910년 일본인이 발간한 ‘조선산업지’에는 안동포가 이미 타 지역보다 생산량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품질이 고운 것으로 평가됐다. 따라서 19세기 후반부터 1910년 사이에 안동포의 명성이 알려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안동포는 대마 수확에서부터 색내기까지 모두 14가지의 공정이 수작업을 거쳐 완성된다. 종류는 6새(1새는 80가닥)에서 15새까지 나누어진다. 가장 가늘고 윤기있는 15새는 조선시대 진상품이며 보름새(15새)는 안동포짜기 기술의 최고경지로 손꼽힌다. 오랫동안 전승돼 온 생냉이길쌈은 품질이 우수한 10새 이상의 삼베를 생산할 수 있는 안동포의 주요 공정이다.

1937년에는 삼베가 무명에 비해 무려 167%나 더 비쌌다. 이는 삼베의 생산량이 감소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삼베의 효용가치가 현실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삼베는 도포나 하절기 옷 등에 사용됐고, 유교적인 생활관이나 신분의식이 연관되어 품질과 가치가 높이 평가됐다. 반면 무명은 유교적인 가치나 신분의식과 아무런 관련성 없이 어떤 사람에게나 동일한 의미의 직물이었다. 특히 19세기 말부터 명주 직조가 부분적으로 기계화되고 공장제 광목이 생산되면서 수제 삼베와 모시는 점진적으로 희소가치를 갖게 됐다.

◆안동포 활성화 위해 다양한 대책 필요

경북도는 안동포의 우수성을 전승하기 위해 1975년 ‘안동포 짜기’를 경북도 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했다. 1960년대 초에 제정·집행된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안동포 길쌈은 보존과 전승의 대상으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안동포 짜기의 무형문화재 지정은 경북도라는 지방정부가 지정했지만 국가 차원의 문화재 보호정책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예부터 안동지역의 수많은 여성이 자급자족이나 가정경제의 한 수단으로 해오던 안동포 길쌈이 국가가 보호하는 문화재의 한 항목으로 부상되면서 점차 국가적 경쟁력이 있는 일종의 문화산업으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그러나 안동포의 뛰어난 기능성과 실용성에도 불구하고 저가 중국산 공세에 밀리면서 대마 재배면적이 0.8㏊로 쪼그라들었고 이를 활용한 상품과 직조기술이 활성화되지 못해 사양길로 접어든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현재 안동포짜기는 기능보유자 1명, 전수조교 1명, 이수자 10명, 장학생 1명이 지정돼 있으며 정기·비정기적으로 전수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매년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에서 공개시연도 하고 있다.

안동시 관계자는 “우리 고유 옷감으로 1천380여년 동안 명맥을 유지해 온 안동포를 활성화시켜 나가기 위해 안동포와 무삼·길쌈 인력 양성에 주력하고, 다양한 상품개발을 통해 안동포 명품화·대중화에 힘써 나가겠다”고 말했다.

안동=이두영기자 victor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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