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쏙쏙 인성쑥쑥] 자손을 위한 슬기를 일러주라(爲子孫之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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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7 07:49  |  수정 2017-03-27 07:49  |  발행일 2017-03-27 제18면
[고전쏙쏙 인성쑥쑥] 자손을 위한 슬기를 일러주라(爲子孫之計)

사마광이 어린 시절 친구들과 놀고 있는데 한 아이가 커다란 물 항아리에 거꾸로 처박혔습니다. 같이 놀던 친구들은 겁이 나서 모두 도망가고 사마광 혼자 남게 되었습니다. 사마광은 당황하지 않고 주변에 있는 돌멩이를 주워 커다란 물 항아리를 깨뜨려 친구를 구했습니다. 이 옛 이야기는 ‘소아격옹도’의 그림으로 전해집니다. 사마광이 쓴 유명한 책은 ‘자치통감’입니다. ‘자치(資治)’란 나라를 다스리는데 도움을 준다는 뜻입니다. 연대순으로 엮은 편년체의 이 책은 군왕과 관료의 정치 지침서입니다. 사마광이 17년의 인고 끝에 완성시킨 이 책은 중국의 전국시대부터 송나라가 건국되기 직전까지의 중국역사서입니다. 사마광이 정사에 매달려 과로로 쓰러져 죽자 나라에서는 ‘태사온국공’이라는 최고 영예의 시호를 주었습니다. 조선의 세종대왕도 눈에 병이 날 정도로 자치통감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역사의 교훈을 거울 삼아 백성들을 잘 다스리기 위해 자치통감에 ‘훈의(訓義)’를 달았습니다. 훈의는 어려운 단어나 용어의 뜻을 쉽게 풀어 쓰도록 한 것을 말합니다. 국가의 흥망성쇠와 백성들의 애환과 귀감이 담긴 ‘자치통감훈의’를 편찬해 선비들이 쉽게 읽도록 했습니다. 명심보감 계선편에 사마온공(사마광)의 ‘위자손지계(爲子孫之計)’에 대한 가르침이 나옵니다. 즉 ‘자손을 위한 슬기를 일러주라’는 내용입니다. ‘돈을 엄청나게 많이 모아서 자손에게 남겨준다 해도 자손이 반드시 다 지킨다고 볼 수 없으며, 책을 산더미 같이 모아서 자손에게 남겨준다 해도 자손이 반드시 다 읽는다고 볼 수 없다. 남모르는 가운데 음덕을 쌓아서 자손을 위한 슬기를 일러주느니만 못하니라’고 했습니다. 남들에게 알려지지 않는 덕행을 하면서 자손들에게는 계교를 일러주는 것이 재물이나 많은 책을 물러주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보편성의 이야기입니다.

자치통감에도 ‘왕창(王昶)의 자식 훈계’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연주자사인 왕창은 인의를 지키며 신중하고 중후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조카의 이름을 묵(默)과 침(沈)으로, 두 아들은 혼(渾)과 심(深)으로 지었습니다. 묵·침·혼·심은 모두 깊고 고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내가 이 네 글자를 이름으로 지은 것은 너희들에게 명예를 고려하고 정의를 생각하라는 뜻이다. 무릇 만물은 굽힘으로써 오히려 펴지는 것이고, 양보함으로써 오히려 얻어지는 것이며, 약함으로써 오히려 강하게 된다. 이러한 경지에 달하면 이루지 못할 것이 거의 없다. 남이 나를 비난하면 뒤로 물러나 자신을 반성해야 한다. 만약 비난 받을 일이 있다면 남의 말이 옳은 것이다. 험준한 산악일지라도 잎이 무성한 소나무는 혹독한 겨울에도 결코 쇠락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수양하도록 하는 일이 최고의 가치 창출입니다. 자손을 위한 슬기를 진작부터 일러주는 것이 상책입니다.

박동규<전 대구 중리초등 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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