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폐장 앞둔 수협 대구공판장 표정

  • 박광일,황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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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5 07:11  |  수정 2017-03-25 07:21  |  발행일 2017-03-25 제2면
폐업 이후…상인들은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20170325
24일 대구시 동구 신암동에 위치한 수협중앙회 대구공판장 전경. 오는 31일 폐장을 하고 이 자리에는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공판장은 며칠 뒤 문을 닫는데, 이전사업이 무산돼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24일 오전 찾은 대구 동구 신암동 수협중앙회 대구공판장. 오는 31일 폐장을 앞둔 공판장은 활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신선한 수산물이 가득해야 할 매대는 텅 비어 있고, 마당엔 빈 상자만 쌓여 있었다. 지은 지 40년이 넘은 공판장 건물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곳곳엔 금이 가 있고, 군데군데 페인트칠이 벗겨져 있었다. 45년간 지역 수산물 공급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해온 ‘신암동 수협 공판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직전, 그렇게 을씨년스러웠다.

공판장 외벽엔 폐장을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수협대구공판장 중매인조합 이재철 조합장은 “공판장 폐장이 결정난 마당에 달리 방법이 없다”며 “이미 지난해 중도매인 1명이 장사를 접었고, 나머지 중도매인 23명도 조만간 장사를 그만두거나 업종을 바꿔 다른 곳에서 장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45년 지역 수산물 공급 대명사
이전 사업 무산돼 상인들 막막

협동조합 만들어 새 부지 모색
주민 반발 과제…생존 몸부림


1972년 이 자리에 문을 연 공판장은 그동안 지역에서 안정적인 수산물 공급에 기여해 왔다. 상인들은 “대구·경북은 물론, 멀리 충북 단양에서도 물건을 사러 온다”고 했다.

당초 수협중앙회는 동구 용계동 1만3천294㎡ 부지에 380억원을 들여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의 수산물분산물류센터를 건립, 공판장을 이전하려 했다. 그러나 인근 주민의 반발로 난항을 겪었다. 설상가상, 이전에 필수적인 이전부지 내 도시개발계획도로 용도변경 허가 신청을 동구청이 불허했다. 주변 교통혼잡 예방대책이 미흡하다는 이유였다.

이전부지를 가로지르는 폭 8m의 도시개발계획도로를 없애지 않고선 건물을 짓는 게 불가능했다. 이에 수협중앙회는 대구시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시는 동구청의 손을 들어줬다. 이런 와중에 기존 공판장 부지는 건설사에 매각, 오는 6월까지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다. 공판장이 있던 자리엔 570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선다.

당장 오갈 곳이 없게 된 중도매인들은 각자도생(各自圖生)에 나섰다. 남은 23명의 중도매인 가운데 11명이 최근 협동조합을 결성, 북구 산격동 옛 경원자동차정비공장 부지(3천855㎡)에 수산센터(1천319㎡)를 지어 옮기기로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악취와 교통체증을 우려한 일부 주민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재철 조합장은 “상인들이 자체적으로 짓는 수산센터는 공판장 기능은 없고, 오로지 수산물 도·소매만 한다”며 “깔끔한 시설을 갖춰 주민들이 우려하는 악취 등의 문제는 없다. 새로운 곳에서 마음 놓고 장사할 수 있는 날이 어서 빨리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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