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에도 조혈 기능 있다"

  • 입력 2017-03-24 15:14  |  수정 2017-03-24 15:14  |  발행일 2017-03-24 제1면

 혈액은 골수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나 호흡기능만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폐도 골수의 파트너로서 조혈 기능을 수행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 의대 실험의학연구실의 마크 루니 박사 연구팀은 폐의 혈관계(vasculature)에서 상당한 양의 혈소판(platelet)이 만들어지며 골수의 조혈모세포가 고갈되면 폐에 있는 혈관 전구세포가 골수로 이동, 조혈모세포의기능을 수행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쥐 실험을 통해 알아냈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23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2광자 생체내 영상'(two-photon intravital imaging)이라는 특수 비디오 현미경(video microscopy)으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루니 박사는 밝혔다.


 우선 쥐의 폐 혈관계에는 거핵세포(megakaryocyte)가 상주하면서 시간당 1천만 개가 넘는 혈소판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쥐의 총 혈소판 중 절반 이상이 골수가 아닌 폐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거핵세포는 원래 골수에서 만들어지며 거핵세포가 잘게 쪼개져서 혈소판이 된다. 혈소판은 상처로 출혈이 발생했을 때 상처 부위의 혈액을 응고시켜 출혈을 차단한다.


 연구팀은 건강한 쥐의 폐를 거핵세포에 형광표지를 붙인 쥐에 이식했다. 그러자 곧 형광표지 거핵세포들이 이식된 폐의 혈관계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는 골수의 거핵세포가 폐로 이동했다는 증거다.


 연구팀은 또 형광표지를 붙인 거핵세포의 전구세포를 지닌 폐를 혈소판 수가 부족한 유전자 변이 쥐에 이식해 봤다. 그 결과 형광표지를 지닌 혈소판이 대거 나타나면서 부족한 혈소판이 채워졌다.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골수 기능이 손상됐을 땐 폐의 혈관계 외곽에 머물러 있던 혈액 전구세포들이 골수로 이동, 혈소판만이 아니라 백혈구의 하나인 호중구, B세포, T세포 같은 면역세포를 포함, 다양한 혈액세포들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모든 세포에 형광표지를 붙인 건강한 쥐의 폐를 골수의 조혈모세포가 부족한 유전자 변이 쥐에 이식하는 방법을 통해 확인됐다.
 이 폐가 이식된 쥐의 골수를 살펴보니 이식된 폐에 있던 형광표지 세포들이 대거 골수로 옮겨 가 갖가지 혈액세포들을 만들고 있었다.
 이 결과는 거핵세포를 비롯한 골수의 조혈모세포가 골수와 폐를 오가면서 조혈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루니 박사는 설명했다.


 이는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된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 새로운 사실은 출혈이 통제되지 않는 혈액질환인 혈소판 감소증(thrombocytopenia)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 온라인판(3월 22일 자)에 발표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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