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칼럼] 지방분권 개헌의 걸림돌들

  •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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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4   |  발행일 2017-03-24 제23면   |  수정 2017-03-24
[조정래 칼럼] 지방분권 개헌의 걸림돌들

지방분권 개헌이 정략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바른정당·자유한국당 등 개헌 연대를 했던 3당이 당초 대선과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하도록 하자던 개헌 시기를 슬그머니 미뤘다. 내년 지방선거나 차기 대통령 임기 1년 이내 등의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그 개헌 시기마저 돼야 되는 것으로 불투명하다. 한마디로 국회와 국회의원들의 손에 들어가면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 사이렌의 주술에 걸린 것도 아닌데 개헌을 향한 항로가 곳곳에 암초 투성이고, 험한 파고에 자꾸 밀려나는 형국이다.

분권 개헌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손질하라는 촛불의 명령이다. 상수로 떠오른 분권 개헌이 이리저리 표류할진대 변수 혹은 종속변수격인 지방분권 개헌은 미래를 예상하기 어렵다. 얼마나 돌고 돌아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는지 첫 귀착지마저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사라졌다 한다. 이쯤되면 개헌 실패의 악몽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시국 탓을 대며 미루고 또 미뤄 차기 정권으로 떠넘긴 그 개헌 꼼수의 시나리오 말이다. 아, 실수했다. 지방분권 개헌은 국회와 국회의원들의 손에 전적으로 맡겨놓을 일이 아니었다.

더불어민주당이 큰 문제다. 대선 전 개헌이 빠듯한 시간과 일정으로 인해 어렵다는 현실론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개헌 논의조차 회피하는 건 아무리 봐도 대세론에 편승한 부자 몸 조심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김칫국부터 마시다가는 차려진 밥상마저 걷어차는 잘못을 저지를 수 있음을 그들은 왜 모르는가. 개헌론이 대세인데 역풍을 몰고오면 대세론마저 미풍으로 훅 날려버릴 수 있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다. 더불어민주당과 문 전 대표는 개헌공약을 분명하게 내놓지 않으면 큰코다칠 수 있다. 개헌 회피는 촛불 민심을 외면하는 처사와 다르지 않다.

국민의당 등 다른 정당들도 지방분권 개헌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대부분 개념이 없거나 있더라도 득표에 도움이 될 만큼 선언적인 반영에 만족하자고 한다. 여전히 중앙집권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행간을 읽고 보면 지방분권의 가장 큰 적은 국회와 국회의원들이다. 그들의 눈은 추풍령 이남을 잘 주시하지 않는다. 그런 그들에게 비수도권 지방의 운명을 맡겨놓은 우리가 어리석었다.

지방분권 개헌을 위한 지방의 전략 역시 단선적이었다는 반성을 해야 할 때다. 지방분권은 정치적으로는 자치의 강화이고, 이는 국회의원들의 특권 축소와 직결된다. 그렇다면 지방분권 개헌은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와 함께 투트랙으로 추진돼야 마땅했고, 지방이 주체적 역할을 맡아야 했다. 주체적 역량의 부족을 우리는 통절히 반성하고 성찰해야 과오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중앙집권론자들에게 지방의 권리를 대신 찾아달라고 한 순진함은 생선 가게를 고양이에게 맡긴 격 아닌가. 권리 주장을 하지 않는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는 영원히 국회와 국회의원들의 식민지를 벗어나지 못한다. 국회의원들의 특권 내려놓기와 셀프 개혁은 공염불이고 구두선이고, 그들에게 집중된 비판의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위장 전술이었다.

수도권 언론의 반분권적 논조도 넘어야 할 암초다. 그들의 수도권 일극주의는 집중의 효율보다 더 큰 집중의 폐해에는 눈 감으니 반국익적이다. 지방의 권리와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 신문을 왜 보고 방송을 뭐하러 청취할 것인가. 그들 아니라도 읽을거리 볼거리가 넘쳐나는 요즘, 중앙의 시각을 놓지 못하는 건 시간과 정력의 낭비다. 마침 지방언론단체들이 모래알 같았던 분열의 어제를 넘어 모처럼 한목소리로 지방분권 개헌을 주장하고 나섰다. 지방의 단결과 연대만이 온전한 지방분권 개헌에 이르는 최대·최고의 추동력이다.

지방분권 개헌의 목표와 방향은 수직적·집중적 권력의 수평적 분산뿐만 아니라 지방으로 나눔을 지향한다. 촛불과 태극기로 대표되는 광장의 정치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일 시스템은 지방분권 개헌 외에 다른 장치를 찾기 어렵다. 갈수록 강하게 타오르는 국민의 직접민주주의의 욕구는 자치의 확대에 의해서 해소될 수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 제왕적 국회는 지방분권 개헌으로 극복된다. 지방분권 개헌은 촛불 민심의 심층적 수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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