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수술 불가피한 교육부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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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3   |  발행일 2017-03-23 제31면   |  수정 2017-03-23
[영남타워] 수술 불가피한 교육부

교육부가 그렇게까지 쫀쫀한 줄은 미처 몰랐다. 몇 해 전 대학 출입 시절, 대구권 모 대학이 교명(校名)을 바꾼다는 팩트를 취재보도한 뒤였다. (그다지 큰 밸류의 기사가 아니었는데) 학교측이 곤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연인즉, 사실상 변경 결정은 났지만 최종 승인절차를 앞둔 시점에서 먼저 보도되자 교육부가 방방 뛰었다는 것이다. 대학의 일이라면 시시콜콜 다 간섭하고, 갑질을 해대는 교육부의 ‘민낯’이다. 이는 지극히 사소한 예에 불과하다. 이보다 더한 일은 오죽하겠는가.

대선을 앞두고 일부 주자들이 내놓은 교육 공약 중에서 ‘교육부의 발전적 축소·폐지론’에 눈이 간다. 교육부처 대신 중립·독립적 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를 두고 이를 도와주는 ‘교육지원처’를 만들자는 게 골자다. 호불호(好不好)가 갈리겠지만, 필자는 이 공약을 지지한다. 현 정부의 교육행정이 그동안 비상식·권위주의적 행태로 점철돼왔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존치 여부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근거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우선 국립대 총장 임용 파행의 잘못이다. 교육부는 적법하게 선정된 경북대 총장 1순위 후보에 대해 임용제청을 거부했다. 시간만 끌다가 결국 냉정하게 배척했다. 오랜 총장 공백으로 학생들에게도 큰 피해를 입혔다. 이는 대학의 자율성을 뿌리째 흔든 폭거다. 자신들이 아닌 ‘청와대 윗선의 지시’라며 항변하겠지만 명백한 부역이요, 직무유기다. 단죄받아 마땅하다. 이런 교육부가 다음 정권에서도 득세를 한다면 심히 불행한 일이다.

교육부가 고작 한다는 것은 돈줄을 쥐고 끊임없이 대학을 통제하려는 갑질 작태다. 원하는 만큼의 정원 감축·학과 조정 등을 하지 않으면 가차없이 재정지원사업에서 빼버린다. 이것이 교육부 본연의 일인 양 득의양양해 한다. 과거 판단 없이 대학 설립을 부추긴 당사자가 교육부인데도 말이다.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경쟁주의적 대학재정지원사업은 언젠간 파국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대학의 불만과 피로가 이미 임계치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손바닥 뒤집히듯 바뀌는 대학입시 제도도 교육부에 대한 국민의 인내(忍耐)를 어렵게 한다. 그 피해는 오직 학부모와 자녀의 몫이 돼 버렸다. 공교육은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아이들은 맹목적으로 사교육시장에 내몰리고 있다. 오죽했으면 그 옛날의 ‘과외수업 금지’와 ‘학력고사’ 시절이 차라리 좋았다는 얘기가 학부모 사이에서 나오겠는가. 1년 앞도 못 내다보는 대학입시 제도, 원인 제공자인 교육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가 워낙 저지레를 많이 한 탓인지, 이번 ‘교육부 폐지’ 공약의 강도(强度)는 가히 역대급이다. 하지만 이 공약이 실현될지는 현재로선 쉽게 장담할 수 없다. 우선 짧은 선거 일정 탓에 국민적 공감대를 충분하게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다. 지금의 정치지형에서 ‘교육부 폐지’라는 녹록지 않은 정부조직 개편이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도 사실 예측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교육부의 발전적 해체와 재구성’은 힘을 얻고 있다. 설령 차기 정부에선 어렵더라도 심도있는 논의만큼은 지속적으로 전개돼야 한다. 만약 교육부가 해체될 경우, 대안인 ‘국가교육위원회’는 여하한 정치적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구로 만들어야 한다. 이 기구의 존재와 기구에서 결정되는 모든 정책은 미래의 정권 변화 속에서도 연속성(적어도 7~10년)을 담보해야 함은 물론이다. 교육부는 지금, 일대 수술이 불가피하다. 국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인 ‘교육’의 선순환(善循環)을 이루는 일을 더이상 미뤄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창호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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