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과 터키 수교 6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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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13   |  발행일 2017-03-13 제29면   |  수정 2017-03-13
[기고] 한국과 터키 수교 60년
이희철 (터키 앙카라 중동공과대학교 객원교수)

2017년은 한국과 터키 두 나라가 공식 수교한 지 만 60주년이 되는 해다. 1957년 3월8일 두 나라는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외교관계 수립 이후 두 나라는 전통적 우방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1949년 8월에 터키가 대한민국을 공식 승인했지만, 6·25전쟁 때 터키군이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한 이후 두 나라 관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국과 터키 60년 관계를 국제정세의 큰 틀에서 정리해 보자. 1960년~1980년대의 전반 30년은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자유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이 대립한 냉전시대에서의 동맹관계였다면, 소련이 붕괴한 후 1990년대~현재까지의 후반 30년은 탈냉전 시대를 특징하는 세계화와 다변화라는 국제질서 변화의 흐름 속에서 두 나라는 경제통상 분야에서 실질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특히 2013년 5월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돼 통상 확대의 기틀이 마련된 것은 의미있는 역사적인 일이었다.

대외적으로 한국과 터키 두 나라는 반도라는 독특한 자연적 지리에 위치하고, 반도가 갖는 전략·지정학적 가치를 바탕으로 경제력과 국력을 키우면서 활발한 대외 관계로 외교력을 극대화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나라의 확대된 경제력은 2008년 G20 정상회의에 양국 정상이 참석을 시작함으로써 확인됐다. 대내적으로는 경제통상뿐만 아니라 양국 정부와 국민 간 우호 관계는 세계 다른 나라들의 양자 관계에서 쉽게 그 사례를 찾기가 어려울 만큼 예외적이고 특별한 유대관계로 발전시켰다.

두 나라 우호 협력관계가 크게 발전되는 데는 그간 몇 차례의 계기가 있었다. 최근 두 가지를 꼽으라면 단연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우리 국민이 터키팀을 열렬히 응원한 것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우리 국민들이 터키팀을 응원해 줌으로써 우리는 6천500만 터키 국민의 마음을 샀고 동시에 두 나라 우호 관계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돌이켜보면 이것이야말로 양국 관계를 획기적으로 증진시키는 데 있어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매우 가치 있는 일이었다. 둘째는 2013년 이스탄불에서 열린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였다. 경북도와 경주시가 수준 높은 문화콘텐츠로 우리의 전통문화를 터키 국민과 세계에 알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행사는 양국 간 문화·경제 분야와 인적 교류를 한 단계 높게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다.

두 나라 관계가 60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한 기저에는 두 나라가 공유하고 있는 역사문화적인 유사성을 설명해야 할 것이다. 한국어와 터키어가 어원이나 문법에서 유사성이 많은 것은 상고시대에 두 민족이 북방아시아 고원지대 몽골초원에서 같이 살았음을 방증하는 것이며, 그런 면에서 최근에 학계나 전문가 집단에서 터키(흉노·돌궐) 역사와 한국(고조선·고구려·신라) 역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지난해 10월 앙카라에서 있었던 우리나라 국경일 리셉션 행사에서 터키 국회부의장이 축사를 통해 두 나라 관계가 6·25전쟁을 통해 시작된 것이 아니라, 투르크족은 흉노와 돌궐시대에 이미 한민족과 접촉을 했고, 돌궐제국의 황제 장례식에 고구려 사신이 조문사절로 왔음이 역사에 남아 있다고 구체적으로 강조했다. 이는 양국 관계가 국민들 사이에서 심층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제 한국과 터키는 우호관계 역사 60년을 계기로 향후 글로벌 무대에서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양자·다자적인 관계 발전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두 나라는 석유나 천연가스 등 부존자원이 없고 인적자원이 풍부한 점, 무역의존도가 매우 큰 점, 산업기술 구조가 상호 보완적인 점, 주요국들과 안보와 경제영역의 이해를 공유하고 있는 점, 지정학적 위치의 가치가 높은 점 등 유사성이 강한 특징이 있다.

한국과 터키는 미래 협력을 나눌 국가적 능력이 충분하므로 예상하지 못한 속도로 다가오는 신기술 기반의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호혜적이고 실용적인 협력 관계를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두 나라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양자 관계는 물론 국제정치 분야에서 공동 발전과 번영을 위한 협력 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전략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한국과 터키는 모범적이고 좋은 파트너가 되기에 모든 여건이 많이 성숙돼 있기 때문이다. 이희철 (터키 앙카라 중동공과대학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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