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수비면의 태양초 고춧가루로 버무린 콩나물무침과 환상적인 궁합을 보이는 밀복지리. |
사실 같은 동해안 해역에서 잡히지만 고기는 잡는 배에 따라 중국산, 국내산 등으로 갈라진다. 물론 고기는 다 같다. 이곳에선 밀복, 그리고 아귀를 취급을 한다. 복어는 경주 감포수협을 통해 갖고 온다. 지난해 12월 말에 10㎏짜리 200상자를 구입해 냉동 창고에 보관 중이다. 1주일에 한 번 경주 양포로 간다. 활아귀를 경매받기 위해서다.
복어는 활복, 생복, 냉동복 등 세 종류가 있다. 경매장 바닥에 선어 상태로 죽어있는 걸 받아서 요리하면 생복, 활복은 살아 있는 걸 그대로 잡아 요리한 것이다.
임진강 황복이 가장 비싼데 일반적으로는 참복어(자주복)가 최고가다. 양식 말고 자연산은 40㎝ 기준으로 마리당 20여만원 선. 양식 참복어는 제주도, 서해, 중국산 등이 있다. 양식은 25~30㎝에서 팔아야 된다. 더 크면 사료 값이 더 들기 때문이다. 참복은 회, 탕, 복껍질, 수육 등을 부위별로 먹어야 효율적이다. 이런 경우에는 복어자격증이 있어야 된다. 나머지 일반 복은 한식조리사가 다룰 수 있다. 참복탕도 1인분 3만5천원 정도 받아야 타산이 맞다. 그래서 대구에선 가격 때문에 쉽게 내지 못한다. 다들 활복을 하고 싶지만 서민의 주머니 사정, 원가관리 등 때문에 대중화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보통 복어에는 식초를 넣어 먹는 것을 정석으로 아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식초 사용법도 일본식과 한국식이 있다. 일본식은 간을 하지 않은 맑은 육수에 복어를 넣고 끓여 지리로 해 먹는다. 개인별로 익힌 수육을 찍어 먹는 몇 종의 소스가 따라 나온다. 절대 식초를 국에 넣지 않는다. 비싼 복어의 진미를 제대로 맛볼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복어라면 무조건 맹독성이 있는 줄 착각한다. 현재 국내 업소용 식용복은 거의 독이 없다. 맹독이 문제가 되는 건 황복, 참복, 까치복 정도고 밀복과 은복은 독이 없다. 낚시로 잡은 복어는 어종을 모르니 특히 조심해야 된다. 졸복, 복섬, 흰점복, 까치복 등은 내장 등을 잘 제거해야 되는데 대충 장만해 먹다가 응급실로 실려간다.
대구탕 같은 건 맹물로 끓여도 되지만 복어는 기본 육수를 이용하는 게 낫다. 이때 국물을 진하게 만드는 건새우, 북어 대가리 등은 절대 넣지 말아야 된다. 콩나물무침용 고춧가루는 영양 태양초로 만든다. 두절 콩나물은 비린내가 안 나기 때문에 뚜껑을 열어놓고 삶는다. 센 불에 6분30초 정도면 다 익는다.
제철 최고의 복어는 그 자체로 맛의 완성이다. 솔직히 별다른 레시피도 필요 없다. 식재료가 저급할수록 여러 양념이 동원된다. 다시 말해 식재료가 요리를 만드는 거지 요리가 식재료를 좌우하는 건 아니다. 특히 복어 요리의 경우는.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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