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숨진 후 시신 아파트로 이동?…모녀 변사사건 ‘미스터리’

  •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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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26   |  발행일 2016-09-26 제8면   |  수정 2016-09-26

대구 모녀 변사·아동 실종 사건을 놓고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종 아동 수색이 난항을 겪는 데다 명확한 사건정황이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숨진 조씨, 이웃과 교류 거의 없어

경찰은 숨지기 전 어머니 조모씨(52) 근황을 알기 위해 주변인을 조사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씨가 아파트 주민과 교류가 거의 없는 데다가 조씨를 봤거나 대화를 한 사람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파트 주민 민모씨(37)는 “2~3개월 전 1층 주차장에서 조씨를 봤다”며 “조씨는 평소에 인사도 잘 안 받아주고 표정도 다른 사람과 달리 좀 차갑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은 항상 엄마 옆에 붙어있었고, 고개는 늘 숙이고 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아파트 인근 마트 직원은 “조씨가 아파트 단지에서 자주 보이지는 않았다”며 “아주 가끔 아들과 함께 와서 먹을 것을 사 갔고, 사건이 나기 전까지 딸은 있는 줄도 몰랐다”고 했다.


딸 류씨 목격한 주민 거의 없고
방문자도 시신 부패악취 못느껴
딴 곳에 보관하다 옮겨왔을수도

어머니 조씨 방문객 극도로 경계
최근 9개월간 가스 사용량 미미
집 두고 임시 거처서 생활 추정



아파트 주변에서 딸 류씨(26)를 목격했다는 아파트 주민이 거의 없다는 점을 토대로 일부 전문가들은 류씨가 죽은 시점이 5개월에서 1년이 넘었을 것이란 예측도 내놓고 있다.

또 숨진 류씨가 범물동의 아파트가 아닌 다른 곳에서 숨진 후 나중에 시신이 옮겨졌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류씨의 시신을 직접 보진 않았지만 시신의 백골화가 진행됐다는 것은 적어도 5개월 이상이 지났다는 의미”라며 “류씨의 사망은 올해가 아닌 지난해에 발생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체의 경우 부패가 진행되면 악취가 심해 아파트 주민들이 몰랐을 수가 없다”며 “교육청 관계자와 경찰들이 올해 초부터 조씨 집을 여러 번 방문했는데 냄새가 나지 않았다는 건 아파트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시신을 보관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같은 동에 거주하는 주민 이모씨(여·38)는 “이번 여름에 날씨가 그렇게 더웠는데 우리 동에서 악취는커녕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 다른 거주 장소가 있었나

조씨 가족을 봤다는 주민의 증언이 거의 없자 일부에선 조씨가 범물동 아파트가 아닌 다른 곳에서 거주하며 가끔 아파트를 찾은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평소 교육청과 주민센터 직원들의 방문을 극도로 경계하던 조씨가 임시 거처를 마련해 그곳에서 지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

실제 25일 조씨가 거주하던 아파트 도시가스 자가검침표를 살펴보면, 조씨 가족이 지난 9개월간 사용한 가스량은 극히 적었다. 한파가 찾아왔던 올해 1월부터 2월까지 조씨의 도시가스 사용량은 15루베에 머물렀고, 3월과 4월에도 사용량은 동일했다. 그 후로도 5월부터 9월까지 평균 14루베 정도의 극소량만을 사용했다. 반면 조씨의 옆집은 올해 1~2월 134루베를 사용했다. 단순 비교로만 8배 이상 차이 난다.

아파트 가스검침을 담당하고 있는 검침원 이모씨(여·56)는 “겨울에도 사용량이 15루베 정도로 나오는 걸 보면 겨울에는 난방을 거의 하지 않고 밥만 먹고 살았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며 “혼자 사는 할머니가 돈을 아낀다고 가스를 절약하는 가구에서나 볼 법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조씨는 이혼한 남편에게서 월 50만원의 양육비를 지원받고 있었고, 아파트도 조씨 소유이기 때문에 극심한 생활고가 있었던 건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며 “하지만 조씨가 다른 곳에서 거주한 흔적은 아직까지 발견된 바 없다”고 말했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박병일기자 park10@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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